득점권타율의 올바른 이해와 클러치 히터.

야구 경기에서 클러치 상황은 팀이 득점이 꼭 필요한 순간을 의미합니다. 팀의 승패가 걸린 중요한 상황에서 적시타를 날리는 능력이 뛰어난 타자를 클러치 히터라고 합니다. 클러치 히터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타격 스탯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득점권 타율을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토드 헬튼과 로드커류에 이어 매니 라미레즈는 타 선수들에 비해서 득점권 타율이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자신의 타율대비해서는 14포인트나 높아 득점권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 야구를 대표하는 6명의 타자들은 모두 클러치 히터와 연관이 깊은 득점권에서 높은 타율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타자들이 클러치 히터라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득점권 타율은 클러치히터의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타자들의 통산 득점권이 통산 타율보다 더 높은 것은 사실상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2009년의 메이저리그 경우에 전체 타석의 득점권타석의 비중은 약 27% 이고 그중 절반은 무사와 1사상황입니다. 무사와 1사상황이 많기 때문에 희생플라이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득점권타석의 타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상기 6명이 기록한 득점권타율에서 타수에 포함되지 않는 희생플라이를 추가하여 다시 계산한 타율표입니다.

희생플라이를 추가하고 다시 계산한 타율을 보면 매니 라미레즈와 로드 커류가 자신의 통산 타율보다 2포인트, 1포인트가 높고 나머지 4명의 타자들은 모두 자신의 통산타율보다 낮습니다. 2009년 메이저리그 득점권 타율 263이지만 희생플라이 적용타율은 255입니다. 메이저리그 전체 30개팀이 평균적으로 8포인트 차이가 난다는 것은 상당히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아웃 득점권과 만루상황의 타율..

희생플라이로 인해서 득점권타율이 실제 타율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희생플라이가 존재하지 않는 2아웃 득점권 상황의 타율, 그리고 가장 많은 타점을 기록할수 있는 만루상황의 타율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이치로 스즈키는 2아웃 득점권 상황에서 타율이 대폭 상승했고 나머지 다섯명의 타자는 모두 타율이 대폭 하락했습니다.. 이치로는  2아웃 득점권 상황에서 13.1%의 타석당 고의사구를 기록해서 6명의 타자중에서 알버트 푸홀스(15.3%)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의 고의사구를 기록했습니다. 만루상황에서는 그윈, 이치로, 푸홀스 순으로 4할대의 타율을 기록했고, 6명의 타자들 모두 타율이 상승했습니다. 만루 상황에서 모든 타자들의 타율이 상승한 이유는, 상대하는 투수들이 승부를 피해갈수 없는 만루상황에서는 어쩔수 없이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져야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희생플라이가 포함되지 않은 2아웃 득점권과, 타점을 가장 많이 기록할수 있는 주자만루의 두 가지 상황 모두 자신의 통산타율보다 높은 타율을 기록한 타자는 이치로가 유일합니다. 여섯 명의 타자중, 클러치 상황에서 가장 매서운 타격을 하는 타자는 이치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득점차가 벌어진 시합에서 안타당 타점생산력이 나쁜 교타자 이치로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 타자이지만, 한 두점 차이의 시합에서 주자들이 루상에 진루한 상황이라면 이치로와의 승부는 매우 껄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전 보도된 기사에 의하면 임창용이 지난 WBC 결승전과 마찬가지 상황에서 이치로와 재승부를 하게 된다면 다시 한번 정면승부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경기 후반 역전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1루가 비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치로와 정면으로 승부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역전 결승타를 기록할 확률이 가장 높은 타자와 굳이 승부할 이유는 없습니다.

※ 동점주자나 역전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타자입니다. 그러나 주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이치로의 위력은 급감합니다. 이치로의 통산 2아웃 득점권 타율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지만 2아웃 득점권의 안타당 타점은 메이저리그 평균타자들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이치로는 통산 안타당 1.07 타점을 기록했고, 메이저리그 평균타자는 안타당 1.34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