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와 3루 도루를 시도할 경우에 베이스를 지나치는 오버런으로 인한 태그 아웃을 방지하기 위해서 주자는 상체가 앞서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나 하체가 앞서는 피트퍼스트 슬라이딩, 두가지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도루시에 두 가지 슬라이딩중 더 빨리 베이스에 도착하는 슬라이딩은 어떤 것일까?
2003년 신시네티 스포츠 저널은 20명의 대학야구선수들을 대상으로 각각 3번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과 피트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을 때의 평균 베이스터치시간을 조사했었습니다. 선수들의 평균 베이스터치 시간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3.65초, 피트퍼스트 슬라이딩은 3.67초로 0.2초의 편차를 보였습니다.
2008년 워싱턴포스트지의 기사에 의하면 워싱턴 대학 교수인 데이빗 피터스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피트퍼스트 슬라이딩보다 거리로 환산했을때 15센티정도 더 빨리 베이스를 터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할 때 모든 선수가 더 빨리 베이스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피터스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더 빠른 선수는 60% 가량이었고, 피트퍼스트 슬라이딩이 더 빠른 선수는 40% 가량으로 6대 4의 비율을 나타냈습니다. 피터스 교수는 무게 중심이 신체 중앙지점보다 위에 위치한 선수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더 적합하고 상체에 비해서 하체에 살이 많아서 무게중심이 낮은 선수는 피트퍼스트 슬라이딩이 적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날렵한 신체를 가진 선수들이 도루를 많이 하기 때문에 2루와 3루 도루시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좀더 빠르게 베이스를 터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피트퍼스트 슬라이딩의 단점은 부상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선수는 머리와 손등의 부상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선호했었던 도루왕 리키 핸더슨이 통산 25년 경력중 15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은 4시즌밖에 안됩니다. 핸더슨은 전성기였던 20대에 시즌 평균 80-90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대단한 득점능력을 자랑했지만 너무 많은 도루 시도로 인해서 부상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며칠 전 스프링캠프 경기에서 캔사스시티 로얄스의 알렉스 고든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손 엄지손가락 뼈가 골절되어 한달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치로 스즈키는 메이저리그 9년 기간동안 단 한번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도루를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이치로가 연평균 160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던 요인중 하나가 그가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에는 득과 더불어 실도 있으며,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에 능숙하지 않은 주자이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주자의 경우에는 부상확률이 더 높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도루가 아닌 배팅이후 타자주자의 1루 도달의 경우에는 오버런으로 인한 아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타자주자가 1루베이스로 슬라이딩을 하는 것은 주루 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오히려 1루 베이스 도달시간이 늦어지게 됩니다. 일본 롯데의 감독이었던 바비 발렌타인은 수년전 선수들을 대상으로 유형별 1루 도달속도를 측정했었는데, 측정결과 슬라이딩으로 인한 유리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타자주자는 1루 베이스까지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팀의 사기를 높인다는 주장은 모호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실질적으로 팀의 사기를 높여 팀 전력을 상승시킨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으며, 1루 슬라이딩으로 인하여 팀의 주력선수가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한다면 한 시즌 내내 팀에게 훨씬 더 큰 부담을 주게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