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일본 언론은 하라감독이 "WBC와 같은 단기전을 승리하기 위해선, 이치로에게도 예외없이 번트사인이 내려질 것"이라고 보도했었습니다.
필자는 며칠전의 포스트에서 이치로가 어떠한 번트를 시도할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경기를 관전하는 흥미로운 포인트가 될것 같다고 지적했었는데 오늘 한일전의 중요한 장면에서 이치로가 번트안타를 성공시켰습니다..
한일전. 1회초 일본이 3득점을 올리면서 승부의 추가 일본으로 기울었지만, 한국은 곧바로 1회말 김태균의 2점 홈런으로 추격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시켰습니다..
일본선수들과 도쿄돔의 일본야구팬들도 한국이 3실점후 곧바로 1점차로 추격하자 한국야구의 저력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2회초 조지마의 안타와 이와무라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등장한 이치로는 김광현의 허를 찌르는 포수앞 3루 라인옆에 떨어지는 기습번트를 시도하였고 김광현은 공을 1루에 던지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이치로는 김광현이 좌투수라는 것을 의식했고, 좌투수가 번트타구를 잡아서 역동작으로 송구해서 이치로를 1루에서 아웃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때까지 34개의 투구수를 기록하고 있었던 김광현은 무사 만루의 위기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이치로의 번트성공은 게임의 승부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수년전 메이저리그의 한 전문가는 이치로가 번트를 더 많이 시도하면 4할타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한적이 있습니다.
이치로의 번트 타율은 .654이며 번트 시도시의 OPS는 1.309에 이릅니다.
이치로의 번트타율은 현역선수중에서 가장 높으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높습니다. 또한 메이저리그 감독들이 평가하는 BA의 베스트 툴에서도 이치로를 최고의 번트히터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치로의 번트 능력은 단순히 역사상 가장 높은 타율이다 수준이 아닙니다. 이치로는 번트 타율뿐만이 아니라 타율에 포함이 되지 않는 희생번트의 비율이 엽기적으로 적은 선수입니다
메이저리그 현역선수중 테이블세터로써 높은 번트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오마 비즈쿠엘과 번트상황의 타율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이치로 : 통산 타석 103, 타수 81, 번트안타 53, 희생번트 22, 타율 654
비즈쿠엘 : 통산 타석 484, 타수 245, 번트안타 146, 희생번트 239, 타율 596
비즈쿠엘과 이치로의 번트 타율은 58포인트가 차이납니다. 그러나 희생번트는 비즈쿠엘이 217개가 더 많습니다..
두선수의 스탯을 같은 타석으로 조정해서 비교해보겠습니다.
이치로 : 통산 타석 484, 타수 381, 번트안타 249, 희생번트 103, 타율 654
비즈쿠엘 : 통산 타석 484, 타수 245, 번트안타 146, 희생번트 239, 타율 596
비즈쿠엘은 484번의 타석에서 146개의 번트안타를 성공시키기 위해 희생번트 타수 239개라는 아웃수를 사용해야 하고 이치로는 같은수의 타석에서 249개의 번트 안타를 성공시킬때 겨우 103개의 희생번트 타수가 필요합니다.
희생번트는 타율에 적용하는 타수에 포함이 되지 않습니다.. 이치로가 비즈쿠엘만큼 번트시도를 많이 했다고 가정했을때 이치로의 타율은 현재 331에서 340대 중반이 넘게 됩니다.
두 선수의 기록을 보면 알수 있듯이 이치로가 타율을 높이거나 안타를 양산하는데 번트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비주쿠엘의 통산타율은 번트시도로 인한 덕을 많이 본 것입니다. 희생번트는 타율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번트시도가 많으면 많을 수록 비즈쿠엘의 타율상승에는 도움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치로는 번트를 시도하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만약 이치로가 장타력이 좋은 선수라면 번트를 시도하지 않아도 타당합니다. 그러나 이치로는 실제 장타비율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낮은 선수에 속하며 극단적인 싱글히터로 유명한 선수입니다.
이치로의 타격성향에 딱 맞는 것이 번트시도입니다..
번트시도를 하면 할수록 이치로도 타율도 높일수 있고 안타수도 현재보다 더 많이 기록할수 있습니다.
타율은 올릴수 있지만 안타수는 떨어지지 않냐고 의문을 가질 사람이 있을것입니다만, 안타수의 경우에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치로의 통산 108타석에서 타율에 포함되지 않은 타수에 해당하는 22개의 희생번트를 모두 번트아웃으로 전환시킨다고 해도 이치로의 번트 타율은 491이 됩니다. 이치로는 그 정도로 비 상식적인 번트능력과 번트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입니다.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타자를 평가할때 좌타자의 경우, 배팅후에 1루 베이스까지 도달시간이 3.9초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선수등급인 80점을 부여합니다. 우타자는 4.0 초면 80점을 부여한다고 합니다. 이치로는 3.6~3.7초로 야구역사상 이치로보다 1루에 빨리 도착했었던 선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치로는 번트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이치로의 번트시도 비중은 테이블 세터중에서 매우 적은 선수입니다.
어째서 이치로가 번트를 대지 않는 것인지... 이유는 무엇일까요?
.... 없습니다..
야구 기록상, 극단적인 싱글히터라는 점에서, 이치로가 번트를 시도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어째서 이치로가 번트를 더 자주 시도하지 않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치로의 번트능력은 이기적인 선수이냐 팀 플레이어이냐와 연관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글은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