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와 음주' 상상못할 과거의 예비군 동원훈련

ssowhat's view 2009. 5. 9. 13:03 Posted by 쏘왓의 야구블로그


     현재 군복의 할아버지나 증조 할아버지 군번의 군복

두번째 예비군 동원훈련

저는 첫번째 동원훈련을 제가 제대한 자대에서 받았기에 동원훈련을 제대로 이수할수가 없었습니다. 자대 후임들과 어울리느라, 훈련을 받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

첫번째 동원훈련과 마찬가지로 어느날 귀가하고 보니 두번째 동원훈련 통지서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번째 예비군 동원훈련을 받게 될 입소 부대는 서울 근방의 모 부대였습니다.

첫번째 동원훈련때에는 군복도 나름 정성껏 다려 입고 가는 촌스러움을 발휘했었으나 두번째 동원훈련에는 장농 깊숙이 방치했었던 군복을 대충 입고 입소했습니다.

배정받은 소대 내무반에 들어가니 늑대같은 예비군 동기아저씨들이 바글바글했습니다..
내무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막대기를 든 두 명의 예비군이 내무반 침상밑을 휘저으며 무언가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저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거지?'

저를 비롯한 소대 예비군들은 모두 흥미롭게 바라보았습니다.

"찾았다! 여기 있구만!"

침상밑에서 나온 예비군의 손에는 쌀 푸대같이 생긴것이 들려져 있었습니다. 내무반에 있었던 모든 예비군들의 시선이 모두 그 쌀푸대에 집중된 것은 당연하겠죠..
침상밑에서 나온 사람은 내무반 침상위에다 쌀푸대안에 있던 물건을 꺼내 놓았습니다..
쌀푸대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자 내무반에 있었던 모든 예비군들의 눈과 입이 놀래서 벌어졌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수천개의 화투였습니다.. 화투가.. 수 천 개 !


                           
두 예비군은 침상위에 나란히 앉아 화투의 짝을 맟추기 시작했습니다.. 1월 솔 4개의 화투패부터 12월 비 4개의 화투패까지 48개의 화투를 먼저 쫙 깔아 놓은 후 짝을 맟추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보너스카드 없었음 ^^) 화투 뒷면의 색깔은 맟출 필요도 없었습니다. 색깔이 한두개가 틀린것이 아니라 수십벌의 화투가 뒤섞여 있어서 뒷면의 색깔이 모두 제각각이라서 색깔을 맟출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수십벌의 화투패가 맟추어졌고, 우리는 두 예비군의 목적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들의 목적은 예비군 동원훈련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화투를 팔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는 이쪽 내무반으로 가. 나는 저쪽으로 간다.."

화투패를 절반씩 나누고 나서 한사람은 우리 내무반 왼편으로 한 사람은 오른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얼마 안되서 내무반에 들어온 두사람의 손에는 화투대신 돈뭉치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화투가 각 내무반에서 팔린 것이었습니다..

동원훈련 내무반이 아니라 하우스?

동원훈련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동원훈련에 소집된 예비군들이 전부 훈련을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소대에 배속된 예비군은 대략 30명정도 되었는데 그중 열명 가량은 아예 훈련을 나가지 않고 내무반에서 화투와 포커게임을 했습니다.

예비군 조교가 내무반에 들어와 교육에 참가하라고 말했지만, 형식적인 말뿐이었습니다. 화투패를 성황리에 판매했었던 예비군 아저씨가 조교에게 다가가서 퇴소할때 잘 챙겨줄테니까 알아서 교육인원체크를 처리해 달라고 하니 조교도 별말없이 내무반을 나갔습니다..


                    요걸 다 모아서 조교한테 준다는 이야기죠.

"예비군 선배님들 교육시간에 나돌아 다니면 안됩니다"

조교는 아예 바깥쪽에서 내무반 문을 잠궈버렸습니다..

우리 소대 예비군들은 2박 3일간의 동원훈련기간동안 식사시간을 제외하고서는 거의 내무반을 나가지를 않았고 계속해서 화투와 포커게임을 했습니다. 동원훈련을 들어온것이 아니라 하우스에 입소한 것이나 마찬가지 였습니다.
교육일과가 종료된 저녘에는 술판이 벌어졌습니다.. 물론 화투나 포커를 돌리는 판도 있었구요..

당시 예비군 동원 훈련기간의 음주, 도박행위는 일반적인 것이었습니다. 조교들뿐만이 아니라 교관들도 이를 묵인했었습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야외교육받을때 모포에다 화투와 포커를 싸들고 다니는 예비군도 있을 정도 였스니까요..
부대측에서 원하는 것은 동원훈련 기간동안 예비군들이 영내를 이탈하지 않고 얌전하게 훈련을 끝마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의 두번째 동원훈련은 끝났습니다..

과거의 AM 동원훈련과 현재의 FM 동원훈련

요즘의 동원훈련은 예전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훈련도 칼같이 이수해야 하고 야영은 물론 심지어는 산악행군도 할 정도라고 하더군요..

제 기억이 맞다면 과거의 AM 예비군 동원훈련이 FM으로 바뀌게 된 계기는,,,

1990년대 초반에 예비군 동원훈련중 폭발사고가 나서 수명의 인명사고가 발생한적이 있습니다. 폭발사고로 인해서 당시 허술하게 운영되었던 예비군체제의 문제점이 언론의 보도에 의해서 수면으로 부상하게 되었고 이에 정부와 군당국은 예비군 훈련체제를 정비하게 되었습니다.

폭발사고 이후 동원훈련을 들어간 제 친구들은 행군을 했다고도 하고, 산에서 야영을 했다고도 하면서 이전에는 없었던'현역같은 예비군 훈련'에 혀를 차기도 했었습니다.

편하게 예비군 동원훈련교육을 받은 입장에서 염치없는 말이기는 하지만..

과거의 AM 시스템의 예비군 훈련과 현재의 FM 시스템중 어떤 것이 더 좋을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는 분명히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분단상태입니다. 1년에 한번 하는 예비군 동원훈련이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되겠죠.

그리고 과거에는 돈을 받고 예비군 동원훈련을 대리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만큼 느슨하게 운영이 되었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대리 예비군동원훈련을 적발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적발하지 않았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의 예비군훈련이 부실하게 유지되었었던 이유는 아마도 이런 저런 비리가 개입되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내무반 침상밑에 수십벌의 화투가 든 자루를 숨겨두었던 그 예비군은 전문적으로 동원훈련을 대리했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년에 한번 동원훈련에 참가했다면 일년 내내 화투자루를 군부대의 침상밑에 숨겨둘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년 후에 자신이 어느 부대에 입소하게 될지를 알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시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던것 같습니다..

이상! 두번째 당나라 예비군 동원훈련 추억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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