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치로와 벨트레를 중심으로 한 시애틀 매리너스 선수들간의 갈등이 불궈졌을 때 시애틀 지역의 한 언론매체의 기사에서는 매리너스 선수들이 이치로의 안타를 “CHEAP SINGLE” 즉 ‘싸구려 안타’라고 여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싸구려(CHEAP) 안타라는 표현은 2008년 시애틀 지역의 기사뿐만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매리너스 게시판 등에서 야구팬들이 이치로의 안타를 평가할 때 종종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이치로의 안타를 싸구려 안타라고 표현한 일부 매리너스 선수들의 의견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알아보았습니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이치로를 제외한 아메리칸 리그 13개팀의 1번 타자들의 타점 기록과 이치로의 타점 기록을 비교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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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타석 |
총 타수 |
타점 |
타석당 타점 |
타수당 타점 |
01~09 AL 1번타자 평균 |
89827 |
80108 |
8007 |
0.0891 |
0.0999 |
이치로 스즈키 통산 기록 |
6529 |
6031 |
509 |
0.0779 |
0.0843 |
통산 타율 333. 득점권타율 340을 기록하고 있는 이치로의 지난 9년간 타석당 타점과, 타수당 타점모두 AL의 평균 1번 타자보다 낮습니다. 타석당 타점은 0.0112, 타수당 타점은 0.0156점이 낮습니다.
지난 9년간 AL의 평균적인 1번타자들이 이치로와 같은 숫자의 타석에 들어섰다면 총 602.5타점을 기록하여 이치로보다 약 93.5타점을 더 많이 생산해서, 지난 9년간 AL 평균 1번 타자들이 이치로보다 연평균 10.4점이라는 적지 않은 타점을 더 기록할 수 있다는 결론이 됩니다. AL 1번타자 중에서 누적타점은 물론 타수대비 비율 타점도 이치로가 거의 가장 낮은 선수라는 것입니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1. 고의 사구로 인한 타점기회 부족
지난 9년간 이치로는 연평균 15.77개의 고의사구를 기록했으며, 13개의 AL 팀 1번타자는 연평균 1.96개의 고의사구를 기록했습니다. 이치로는 연평균 14개가량의 고의사구를 리그 평균 1번타자보다 더 기록하여 타점기회가 부족했습니다. 이치로는 고의사구가 기록된 득점권 상황에서 타수당 0.374점의 타점을 기록했습니다. AL의 평균 1번타자 보다 연평균 14개 가량 기록된 고의사구를 득점권타수로 전환하여 계산하면 이치로는 연평균 5.2점 가량의 타점을 손해 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투수친화적인 세이프코 필드로 인한 불이익.
AL의 대표적 투수친화적 구장인 세이프코 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이치로의 OPS는 811이고 통산 조정 OPS는 118입니다. 조정 OPS 118을 기록하는 타자들의 OPS는 840 내외입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홈구장 세이프코 필드가 투수친화적인 구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9년간 매리너스는 게임당 4.40의 타점을 생산하여 AL 13개팀 평균 4.65 타점보다 게임당 0.25점 가량 적은 타점을 기록했습니다. 매리너스는 지난 9년간 연평균 41타점 가량을 AL 평균팀보다 적게 생산했습니다. 한 시즌 162게임 환산했을 때 팀 1번타자는 주자 없을때 타석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타석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팀 득점권타석 9%내외를 기록합니다. 이치로는 대략 연평균 3.7점 가량의 타점을 손해 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의사구로 인한 타점 손실 5.4점과 투수친화적인 구장으로 인한 타점 손실 3.7점, 합 9.1점을 손해 보았다고 가정한다면 이치로는 AL 평균 1번타자에 비해서 10.4점 - 9.1점 = 1.3타점을 적게 기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치로의 타점이 적은 이유를 보완해주어도 이치로는 여전히 AL 평균 리드오프보다 연평균 타점을 적게 생산하는 타자를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연평균 231안타, 통산타율 333, 득점권타율 340임에도 타점이 적은 이유
통산타율 333, 득점권 타율 340을 기록하고 있는 이치로의 타점이 리그 평균 1번 타자보다도 적은 이유는 단타위주의 극단적인 배팅스타일 때문입니다. 또한 이치로가 히팅 개념의 배팅이 아니라 서브개념에 가까운, 장타력을 배제한 코스 위주의 히팅을 하기 때문에 타구가 멀리 나가지 못하게 되어, 선행주자들을 추가진루를 시키기 힘든 것입니다.
득점권상황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자 2루 상황에서 이치로는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타석 |
타수 |
안타 |
2루타 |
3루타 |
홈런 |
타점 |
489 |
384 |
142 |
12 |
3 |
3 |
73 |
142개의 안타중 틀림없이 타점을 기록한 2루타(12타점), 3루타(3타점), 홈런(6타점)배팅시의 총 타점은 21점입니다. 나머지 124개의 단타로 올린 타점은 겨우 52타점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치로가 주자 2루 상황에서 기록한 124개의 단타중에서 겨우 42%인 52개의 단타만이 타점을 기록한 것입니다. 지난 9년간 AL 평균 1번타자들은 162게임 환산 연평균 190개 내외의 안타를 기록했고 이치로는 약 40개가 많은 230개 가량의 안타를 기록했지만, 이치로의 연평균 타점이 AL 1번타자 평균보다 적다는 것은 이치로가 기록한 안타의 대부분이 타점을 생산해내는데 한계가 있는 단타이며, 그 단타마저도 파워가 배제된 짧은 거리의 타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이치로는 162게임 환산 231개라는 안타를 대량생산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단타위주의 배팅으로 인하여 주자를 불러들이는 타점능력은 리그 평균 1번 타자보다도 못하다는 것입니다. 이점이 이치로 야구의 가장 큰 단점이자,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이치로의 9년 연속 200안타는 야구역사에서 전무한 기록이며, 내년에 이치로가 10년 연속 200안타를 달성한다면, 향후 절대로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치로의 최다안타 행진은 야구의 실제적인 가치로 평가했을 때 일정부분 과대평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