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의사의 "나갔다 다시 들어와요! "

ssowhat's view 2009. 4. 2. 18:59 Posted by 쏘왓의 야구블로그


                   서울대 대학병원의 구 본관 전경

어제 대학교 후배의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조문을 하고 왔습니다.

저녘 8시쯤에 대학로에 소재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습니다. 장례식 건물 현관 바로 앞에 있는 전자 안내판에서 후배의 이름을 찾고는 옷깃을 저미고 들어섰습니다.

고인과 상주에게 예를 표하고 휴계실로 들어가니 오랜만에 만나는 학과 동기 선후배들이 보였습니다.. 개중에는 십년 가까이 연락이 끊겨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몰랐던 지인들의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습니다..
바쁜 사회생활에 쫓기다 보니 전화 한통화 하지 못했다면서 서로간의 안부를 물어보는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동문들과 정담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11시가 넘어갔습니다. 속으로 지하철 막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일어섰습니다. 제가 일어서니 바로 옆자리에 함께 앉아 있었던 학과 후배도 일어섰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후배는 아니군요. 대학 동기중에 나이차이가 조금 나는.. 대학교 졸업이후에도 오랜기간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친동생처럼 여기고 있는 친구입니다.  상주와 인사를 하고 장례식장을 나선 시간이 11시 30분가량이었습니다..

장례식장을 나서는데 이 동생이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형.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가 이 병원에서 치료받었는데.. 그때 생각을 하니 지금도 화가 나네요.. "

동생의 아버님 장례식에 조문갔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아 아버님이 이병원에서 치료받으셨어? 그런데 왜? 무슨일 있었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셨는데 상태가 너무 안좋아 지셔서 집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야 했거든요.. 그래서 아버지 담당 의사를 만나서 아버지 상황이 너무 나빠 지셔서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야 겠다고 얘기를 했어요.. "

동생의 아버님은 서울대 병원에서 자택 가까운 병원으로 이전하셨으나 얼마후에 작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병원을 옮기면서 담당의사한테 당신의 병세에 대해서 몇가지 질문하고 싶은게 있었어요. 그런데 몸이 아프시니까 병원에 오시지 못하고 핸드폰을 통해서 담당의사한테 질문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아버지 담당의사한테 "아버님이 핸드폰을 통해서 질문을 하시고 싶어합니다." 라고 말을 했어요. 그런데... 이 의사가 머랬는지 알아요... 휴우.."

"담당의사가 뭐라고 그랬는데?"

"복도로 나가서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고 아버지와 통화연결이 되면 다시 들어오래는 거에요.."

"왜?"

"모르겠어요.. 담당의사의 말을 드든 순간 화가 많이 났지만.... 아버지가 환자입장에서 도움받아야 하는 처지라 머라고 말도 못하고... 당담의사 옆에 인턴같은 젊은 의사가 서있었는데.. 그 젊은 의사도 좀 황당한 표정이더라구요..."

"전화통화 신호가 몇십분 걸리는 것도 아니고 몇초인데 나가서 통화가 되면 그 때 다시 들어오라니... 그 의사 웃기는 넘이네? "

"내가 봤을때는 담당의사가 자기 환자가 병원을 옮기는게 못마땅 한것 같더라구요.. 대학병원 의사도 환자실적이라는 게 있는 건지 아니면 자기를 못 믿어서 병원을 옭겨서 기분이 나쁜건지는 모르겠지만.. 환자가 상태가 악화되어서 집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건데... "

"그래서 어떻게 했어?"

"담당의사가 말하는 순간.. 굉장히 화가 나서 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입가에만 욕이 맴돌고 말았죠.. 당장 아버지가 자신의 병세에 대해서 질문을 해야 하는 상황이쟎아요.. 어쩔수 없이 복도로 나가서 아버지와 통화가 된 이후 다시 당당의사 방으로 들어갔죠.. 그 순간이 몇초밖에 안되는 순간이었지만 비참한 느낌이었어요.."

"그 의사 방에서 나오면서 계속 화가 났었는데 어디다 하소연 할데도 없고.. "

"오늘 장례식에 오니까 그날 그의사 생각이 나네요.."

어젯밤 동생은 분이 풀리지 않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가족중에 중환자가 생기면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는 담당의사의 말에 일희 일비 할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아버님이 지병으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수년간 병치례를 했었기 때문에 아픈 환자와 함께 듣는 담당의사의 말은 때로는 너무나 힘이 되고 때로는 아픔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많이 경험했었습니다..

동생의 마음을 아프게 한 서울대 병원의 한 의사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환자의 보호자에게 복도에 나가서 통화가 되면 다시 들어오라고 했을까요?
대단하신 대학병원의 이 의사선생님은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자신의 부하직원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생의 아버님 주치의 였다는 그 의사는 그 당시 자신의 환자 보호자가 오랜시간 자신을 원망하게 될것이라는 것을 몰랐을까요? 그리고 그 의사는 아직도 다른 환자나 보호자에게 똑같은 짓을 하고 있을까요?


이 의사가 서울대 대학병원의 어떤 진료과에 소속된 의사인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앞으로는 좀더 환자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당신의 사려깊은 말 한마디가 환자와 환자의 가족에게는 더할수 없이 큰 힘과 위안이 될수 있다는 것과 반대로 당신의 경솔한 한 마디의 말이 그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큰 상처가 될수 있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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