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영웅이 되지 못한 장훈.

한국야구 2009. 4. 20. 20:03 Posted by 쏘왓의 야구블로그

Japanese League legend Isao Harimoto watches Seattle Mariners' ...
열혈한국인 장훈. 69세의 할아버지가 되었다. 

나의 영웅 장훈

며칠전 일본인 야구선수 이치로 스즈키가 재일 교포 장훈의 일본프로야구출신 타자의 통산 최다안타인 3085안타를 경신했다.

한국 언론은 이치로가 장훈의 최다안타 기록을 경신했다는 기사는 쏟아 냈지만 일본 프로야구 역사에서 유일한 3000안타, 500홈런, 3할타율을 기록한 장훈의 야구 인생과 그가 재일 교포로써 얼마나 치열하게 일본땅에서 생존의 전투를 벌여왔는지에 대한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1980년 도쿄의 카와사키 구장. 롯데 오리온스 선수였던 장훈은 통산 3000안타 타구를 우월 담장너머로 날려보낸후 헬멧을 하늘높이 집어 던지며 환호했었다. 당시 한국의 TV 뉴스를 통해서 나는 장훈이 포효하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며 그가 홈런을 치는 모습을 보면서 펄쩍펄쩍 뛰었었다..

그 당시 장훈은 초등학생이었던 나의  우상이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던 장훈의 경기를 한국 TV에서 볼수는 없었지만 나는 장훈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때 미닫이 문에 투명 유리창 넘어 만화책을 진열해 놓은 동네 만화방에는 장훈에 관한 만화책이 꽤 있었다.

"타격왕 장훈", "안타왕 장훈"... 이런 만화제목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한국인이 일본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1970~80년대의 반공의식이나 반일 의식은 제도적으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대다수 한국인의 머리속에 강하게 세뇌 되었었다. 내가 초등학교때 교과서나 어린이용 책등의 삽화에에서 북한과 일본은 여우나 늑대로 그려져 있었다고 기억된다.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도 일본은 거의 '원수' 였었다. 그리고 장훈은 그 원수의 나라인 일본에서 일본프로야구를 호령하는 독립군 대장이었다...

1980년 한국정부는 원수의 나라에서 유일한 3000안타 신기록을 세운 독립군 대장에게 체육훈장 맹호장을 수여했다.

1981년 장훈이 은퇴했을때 나는 장훈의 모습을 더 많이 볼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1982년 한국프로야구가 시작했을때 장훈과 같이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던 백인천이 MBC 청룡의 감독겸 선수가 되어서 플레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훈은 언제 한국야구로 돌아오는지, 빨리 오면 안되는지를 생각했었다..

그러나 장훈은 한국야구로 돌아오지 않았다. 장훈은 한국야구로 돌아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점점 더 잊혀지고 있는 야구선수가 되었다.

한국의 메이저리그 야구팬들중의 일부는 수십년, 백년전의 미국야구 선수들의 기록과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서 자세하게 꿰어차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장훈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국 야구팬들은 이승엽과 이종범, 이병규가 타자로써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정민태와 정민철이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었던 일본야구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중의 한명인 장훈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재일교포 장훈

장훈은 5살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차를 피하다가 오른 손을 불구덩이에 넣어 오른손의 네번째와 다섯번째 손가락의 기능을 잃었다.

소년 장훈의 불행은 계속되었다. 그가 손가락 화상을 입은 지 몇주후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어서 그의 큰 누나가 하룻만에 세상을 떠났다. 장훈과 그의 어머니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그들의 큰 누나와 큰 딸이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아야만 했었다. 장훈역시 원폭피해자이다..

장훈이 일본프로야구 구단에 입단할 당시 외국인 등록 제한 때문에 일본귀화를 권유하는 구단의 말에 현혹이 되어서 장훈은 그의 어머니에게 양해를 구했었다..

하지만 장훈의 어머니는 일본인으로 귀화할려면 야구를 그만두라고 장훈을 꾸짖으며 대노했었다. 장훈은 자신의 어머니가 그렇게 크게 화를 내는 것을 처음 보았다.
청년 장훈은 어머니의 뜻에 따라서 일본인으로 귀화하지 않았으며 평생을 재일 한국인으로써 일본인들의 편견과 싸우며 일본프로야구의 역사를 다시 썼다... 

장훈이 쌓은 모든 기록은 불구가 된 오른 손가락으로 이룩한 것이었다. 


나가시마는 일본의 영웅이다...

훈은 한국에서 영웅일까? 장훈은 한국에서 영웅이 아니다.. 그는 점점 잊혀져 가는 야구선수이다.. 그는 한국인들이 가끔씩 야구이야기를 할때 나오는 선수일뿐 한국의 영웅은 아니다.

한국에서 장훈의 위상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 것일까? 장훈이 한국에서 야구영웅이라고 하기에는 그 존재가 너무 미약하다..

나가시마는 야구선수로서 야구 영웅이 되었지만 나가시마가 일본민족혼을 지킨 영웅은 아니었다.
그러나 장훈은 야구영웅일 뿐만 아니라 재일 교포의 영웅이고 민족혼을 지킨 한국의 영웅이다..

한국인은 영웅만들기에 인색하지 않다. 짧은 시간에 국가적 영웅이 된 운동선수들, 과학자도 있었다.

어째서 영웅만들기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눈에 장훈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한국인에게는 재일 교포로써 일본야구의 전설이 된 장훈과 일본땅에서 재일교포로 한국인의 정신을 지켜온 장훈을 영웅으로 존중해야할 의무가 있다.

나가시마가 일본에서 영웅이라면 장훈역시 한국에서 영웅의 존중을 받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것이 아닐까..

한국인의 영웅이 되지 못한 장훈. 안타깝고 죄송스럽다.

며칠전 동영상으로 본 장훈은 아직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제 69세의 할아버지가 된 장훈에게 자신이 한국인의 영웅으로서 한국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어쩌면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프로야구에서만 활약한 장훈이 한국야구계에서 환영받지 못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훈이 야구이상의, 한국인이 존경해야할 영웅이라는 사실은 불변의 사실이다.

지금도 장훈의 집 현관에는 이사오 하리모토라는 일본이름 대신에 장훈이라는 문패가 걸려져 있다.
장훈의 야구카드에는 이사오 하리모토라는 일본 이름과 함께 장훈이라는 이름이 함께 적혀져 있다.
장훈이 평생 지켜온 한국인의 정신은 저 조그마한 사진안에서만 아무도 모르게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인으로써
죄송스러우며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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