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시리즈 1차전에서 5대 3으로 패한 SK의 김성근 감독은 경기가 끝난 이후 8회말 1사 1.3루 상황에서의 이종범의 위장 번트 모션이 완전한 스윙이었지만 볼로 판정되었다며 아쉬워했다. 중요한 상황에서 주심이 오심을 했다는 것이다.
중계 화면을 보면 분명히 이종범의 번트 동작은 스윙으로 처리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 김성근 감독은 이종범의 번트 모션을 볼로 처리한 주심에 항의했지만 주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종범의 번트 모션때 1루 주자 김상현은 2루 도루에 성공했다.
8회말 3대 3 동점, 1사 2.3루에서 원 스트라이크 원 볼 상황이 되었어할 볼 카운트는 타자에게 유리한 투 볼 노스트라이크 상황이 되었다.
김성근 감독은 이종범을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1사 만루상황에서 더블플레이를 노렸어야 했지만 김감독은 이종범과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패착이었다. 야구경기에서 결과를 놓고 패착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기회주의적인 발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의 선택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8회말 동점 상황이라면 1점이 결승점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김감독이 몰랐을 리는 없을 것이다. 김감독은 이번 시즌 이종범이 정대현을 상대로 5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과 최근 3년간 11타수 1안타로 매우 부진하다는 데이타에 무게를 둔 것 같다. 그러나 정대현을 상대로 이종범은 2개의 삼진과 9번의 인플레이 상황을 만들어 냈다. 정대현이 이종범을 삼진아웃으로 잡아낼 확률은 20% 내외이고 80% 가량은 인플레이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8회말 1사 2.3루 상황에서 타자 주자인 이종범과 3루 주자를 더블 플레이 시킬 확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불리한 볼 카운트에 몰린 상황에서 김감독이 이종범을 고의사구로 내보내지 않은 것은 작전 미스로 보인다.
이종범을 고의사구로 내보냈다면 정대현은 최근 3년간 8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초강세를 보인 7번타자 포수 김상훈과 상대하게 된다. SK 내야진이 이번 시즌 도루 2개를 기록한 김상훈을 상대로 더블플레이로 연결할 확률은 도루 11개를 기록한 이종범에 비해서 훨씬 높았을 것이다. 이종범이 6회말 2타점 역전 적시타를 터트리며 타격감을 조율하고 있었다는 상황을 감안하면 스피드가 떨어지고 타율이 더 낮은 김상훈이 아닌 이종범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펼친 것은 더욱더 야신답지 않은 판단이었다.
기록적인 면뿐만 아니라 멘탈적인 면에서도 SK는 이종범보다는 김상훈을 상대했어야 했다. 이종범이 누구인가? 기아의 상징적인 선수이며 정신적인 지주이다. 조범현 감독은 SK전을 맞아 이종범을 고심끝에 6번타자로 기용했다. 조감독의 변경된 배팅 오더는 이미 6회말에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이종범이 만루상황에서 역전 2타점 적시타를 기록함으로써 효력을 발휘한 상황이었다.
승부를 결정짓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광주구장의 기아 팬들은 이종범의 이름을 연호하며 이종점의 배트에 힘을 실어주었다. SK는 기아를 상징하는 선수인 이종범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펼칠 이유가 없었다. 이종범을 고의사구로 출루시켰다면 SK가 기아의 득점을 저지했었을 것이라는 것은 아니다. 야구의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SK가 이기건 지건 간에 이종범을 상대로 승부했다는 것이 오판이었다. 이종범은 1차전 MVP가 되면서 기아 타이거즈의 상승분위기를 한껏 고조 시켰다. SK는 1패를 하더라도 이종범을 한국시리즈의 중심인물로 부각시켜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이종범과 정면승부를 지시한 것은 이종범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도화선이 되었다..
이종범의 번트모션을 볼로 판정한 심판에 항의하면서 잠시 김성근 감독의 냉철한 판단력에 영향을 주었을까? 야신이라고 불리워지는 김성근 감독이 8회말 발이 느린 포수 김상훈이 아닌, 산전수전 다 겪은 대타자 이종범을 과소평가한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